하늘에서 떨어진 물고기
하늘에서 떨어진 물고기, 조선을 뒤흔든 괴생명체의 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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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킹멘트 (249자)
마른하늘에 날벼락처럼 쏟아져 내린 수천 마리의 물고기 떼! 조선 팔도가 흉흉한 소문으로 뒤덮인 그날, 한 청년은 그 속에서 결코 물고기가 아닌 '무언가'를 발견합니다. 그날 밤, 그의 초가집에서 벌어진 기이하고도 관능적인 만남! 과연 그 괴생명체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요?
디스크립션 (298자)
조선왕조실록과 계서야담에 기록된 '하늘에서 물고기가 비처럼 내렸다'는 기이한 현상. 그 속에 숨겨진 비밀을 파헤칩니다. 몰락한 양반 청년과 정체불명의 괴생명체의 위험하고도 애틋한 교감.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탐욕과 음모. ‘이야기 천사’가 들려주는 조선판 SF 미스터리 스릴러! 이제껏 상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조선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 하늘에서 수많은 물고기가 비처럼 쏟아진다.
때는 조선 현종 시절, 동해 바닷가의 작은 어촌 마을은 아침부터 뒤숭숭한 분위기에 휩싸여 있었습니다. 밤새 세상을 집어삼킬 듯 몰아치던 폭풍우가 언제 그랬냐는 듯 뚝 그치고, 기이할 정도로 고요한 아침이 밝아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진짜 기이한 일은 그 후에 일어났습니다. 먹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에서, 갑자기 비가 아닌, 수천수만 마리의 물고기 떼가 비처럼 쏟아져 내리기 시작한 것입니다. 펄떡이는 잉어와 붕어들이 지붕 위로, 마당으로, 밭으로 떨어져 내렸고, 마을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습니다. 사람들은 난생 처음 보는 광경에 경악하며, 이를 하늘이 내린 거대한 흉조라 여기고 두려움에 떨었습니다. “아이고, 세상에! 하늘에서 물고기가 떨어지다니! 말세야, 말세!” “필시 나라에 큰 변고가 닥칠 징조일세!” 마을 사람들이 집집마다 문을 걸어 잠그고 벌벌 떨고 있을 때, 마을의 가장 후미진 오두막에서 한 청년만이 사뭇 다른 눈으로 이 기이한 현상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그의 이름은 민준서. 한때는 장래가 촉망받는 사대부가의 자제였으나, 억울한 당쟁에 휘말려 가문이 몰락하고, 이곳 외딴 어촌 마을로 사실상 유배를 온 비운의 청년이었습니다. 그는 사람들의 미신적인 공포보다는, 이 현상을 이성적으로 이해하고 싶은 학자적 호기심이 더 컸습니다. 그는 모두가 두려워하는 물고기 비를 뚫고, 홀로 바닷가로 향했습니다. 백사장은 온통 하늘에서 떨어진 물고기들로 뒤덮여 장관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수많은 물고기들 사이에서, 유난히 그의 눈길을 끄는 ‘무언가’가 있었습니다. 다른 물고기들과는 전혀 다른, 기묘한 형태의 것이었습니다. 길이는 팔뚝만 했지만, 물고기라기보다는 마치 유선형의 검은 바위 조각처럼 보였습니다. 표면은 비늘 대신 매끄러운 흑요석처럼 빛났고, 그 안에서는 마치 살아있는 심장이 뛰듯, 푸른빛이 은은하게 명멸하고 있었습니다. 호기심을 이기지 못한 준서가 손을 뻗어 그것을 만져보는 순간, ‘찌릿’ 하는 약한 전류와 함께, 머릿속으로 알 수 없는 이미지와 소리들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깜짝 놀란 그가 손을 떼자, 그것은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평범한 돌멩이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준서는 직감했습니다. 이것은 결코 이 세상의 물건이 아니라는 것을. 그는 주변을 살핀 뒤, 아무도 모르게 그 기이한 ‘물고기’를 자신의 옷 속에 숨겨, 서둘러 자신의 초가집으로 향했습니다. 그는 알지 못했습니다. 그날 그의 작은 호기심이, 그의 운명뿐만 아니라 조선 전체를 뒤흔들 거대한 사건의 시작이 될 줄은. 그의 초가집 문턱을 넘는 순간, 하늘과 땅의 경계를 넘어선 기묘하고도 위험한 이야기가 이미 막을 올리고 있었습니다.
※ 준서의 집으로 옮겨진 '물고기'가 껍질을 벗고 아름다운 나신의 여인 '린'으로 변한다.
준서는 쿵쾅거리는 심장을 안고 자신의 누추한 초가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는 낡은 나무 상자 위에 조심스럽게 그 검은 ‘물고기’를 내려놓았습니다. 가까이서 보니 그것은 더욱 기이했습니다. 생명체라고 하기엔 너무나 매끄럽고 단단했고, 무생물이라고 하기엔 그 안에서 새어 나오는 푸른빛의 고동이 너무나도 선명했습니다. 그가 넋을 잃고 그것을 관찰하던 순간, 갑자기 ‘물고기’의 표면에 미세한 균열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쩍, 쩍’ 하는 소리와 함께 균열은 거미줄처럼 번져나갔고, 그 틈새로 눈을 멀게 할 만큼 강렬한 푸른빛이 뿜어져 나왔습니다. 깜짝 놀란 준서가 뒤로 물러나는 사이, 검은 껍질들이 조각조각 부서져 내렸습니다. 그리고 그 빛의 한가운데에서,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졌습니다. 딱딱한 껍질 속에서 나온 것은, 갓 태어난 아기처럼 투명하고 하얀 살결을 가진, 한 여인의 나신이었습니다. 그녀는 긴 은발 머리카락을 바닥에 늘어뜨린 채, 미동도 없이 웅크리고 있었습니다. 준서는 숨을 삼켰습니다. 두려움보다는 경이로움이 앞섰습니다. 그녀는 인간이 분명했지만, 인간이 아니었습니다. 달빛을 그대로 빚어놓은 듯한 그 비현실적인 아름다움은, 이 세상의 것이 아니었습니다. 얼마나 지났을까, 그녀의 긴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며, 천천히 눈꺼풀이 열렸습니다. 그리고 준서는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충격적인 장면과 마주했습니다. 그녀의 눈동자는 검은색이 아닌, 깊은 바다를 담은 듯한 신비로운 사파이어 색이었습니다. 그 눈동자에는 동공조차 없어, 그 깊이를 가늠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녀의 눈은 두려움과 혼란, 그리고 극도의 경계심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그녀는 마치 갓 태어나 어미를 찾는 새끼 짐승처럼, 불안하게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준서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그 순간, 그녀는 위협을 느낀 듯, 목에서 인간의 것이라고는 할 수 없는, 날카롭고 기이한 소리를 냈습니다. 준서는 그녀를 안심시키기 위해, 천천히 두 손을 들어 보이며 뒷걸음질 쳤습니다. “괜찮소. 나는… 그대를 해칠 생각이 없소.” 그의 목소리가 그녀에게 언어로 들렸을 리 없지만, 그의 눈빛과 태도에서 적의가 없음을 느꼈는지, 그녀는 조금씩 경계를 풀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몸을 웅크린 채, 자신의 벗은 몸을 필사적으로 가리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본 준서는, 황급히 자신의 낡은 도포를 벗어 그녀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갔습니다. 그리고 그녀의 어깨 위로, 도포를 가만히 덮어주었습니다. 그의 손끝이 그녀의 어깨에 스치는 순간, 그는 다시 한번 놀랐습니다. 그녀의 피부는 사람의 온기가 아닌, 차가운 옥돌과 같은 서늘한 감촉이었기 때문입니다. 그의 따뜻한 도포가 몸에 닿자, 그녀의 몸이 놀란 듯 크게 움찔했습니다. 그리고 그녀의 푸른 눈동자에서, 투명한 구슬 같은 눈물 한 방울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습니다. 그것은 슬픔의 눈물인지, 두려움의 눈물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몰락한 조선의 선비와, 하늘에서 떨어진 정체불명의 여인. 두 고독한 존재의 기묘하고도 위험한 첫 만남이, 낡고 허름한 초가집 안에서 조용히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 준서는 린에게 인간 세상의 것들을 가르쳐주고, 둘 사이에는 애틋한 감정이 싹튼다.
그날 이후, 준서의 초가집에서는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비밀스러운 동거가 시작되었습니다. 준서는 그녀에게 ‘린’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습니다. 맑은 옥구슬이 부딪히는 소리와 닮았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처음 며칠간, 린은 방구석에 웅크린 채 아무것도 먹지 않고, 오직 경계의 눈빛으로 준서를 바라볼 뿐이었습니다. 준서는 그런 그녀를 재촉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며, 매일 깨끗한 물과 조촐한 음식을 그녀 앞에 놓아주었습니다. 그의 끈질긴 배려에, 린은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했습니다. 그녀는 그가 건넨 마른 옷을 입었고, 난생 처음으로 인간의 음식을 맛보았습니다. 밥알의 구수함과 나물의 쌉쌀함에, 그녀는 신기한 듯 눈을 동그랗게 떴습니다. 준서는 그녀에게 인간의 언어를 가르쳤습니다. 놀랍게도, 린의 습득 능력은 인간의 그것을 초월해 있었습니다. 불과 한 달 만에, 그녀는 간단한 의사소통이 가능할 정도로 말을 익혔습니다. 그녀의 첫마디는, 바로 “준…서…” 라는, 그의 이름이었습니다.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그녀의 맑은 목소리를 듣는 순간, 준서는 가슴속에서 무언가 뜨거운 것이 차오르는 것을 느꼈습니다. 두 사람의 관계는 빠르게 가까워졌습니다. 준서는 그녀에게 시를 읽어주었고, 린은 ‘사랑’이라는 감정 때문에 어찌 심장이 아플 수 있냐며 신기해했습니다. 린은 준서에게 밤하늘의 별들에 대해 이야기해주었습니다. 그녀가 가리키는 별들은, 준서가 알고 있는 별자리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훨씬 더 멀고, 아득한 곳에 있는 또 다른 세상의 밤하늘이었습니다. 서로를 알아갈수록, 두 사람은 서로의 고독과 상처를 어루만져주는 유일한 존재가 되어갔습니다. 그러던 어느 달 밝은 밤, 두 사람은 툇마루에 나란히 앉아 달을 보고 있었습니다. 준서는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며 읊조렸습니다. “나에게 저 달은, 가 닿을 수 없는 이상과도 같소. 나 같은 죄인의 후손에게는, 그저 바라만 봐야 하는 신기루일 뿐이지.” 그의 쓸쓸한 목소리에, 린이 그의 손 위로 자신의 손을 가만히 포갰습니다. 그녀의 손은 여전히 서늘했지만, 그 안에는 따뜻한 위로의 마음이 담겨 있었습니다. “나에게… 당신은… 나의 세상이오.” 그녀가 서툰 발음으로, 그러나 진심을 다해 말했습니다. 그 순간, 준서는 더 이상 감정을 억누를 수 없었습니다. 그는 린의 얼굴을 감싸고, 그녀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깊게 묻었습니다. 린은 놀라지 않고, 오히려 그의 서툰 입맞춤에 응하듯 그의 목을 끌어안았습니다. 두 사람의 사랑은 그 어떤 연인들보다도 순수했지만, 동시에 가장 원초적이고 본능적이었습니다. 준서는 그녀를 안고 방으로 들어와, 조심스럽게 눕혔습니다. 그의 손길이 그녀의 옷고름을 풀고, 이 세상의 것이 아닌 듯한 희고 매끄러운 살결을 어루만졌습니다. 그녀의 피부는 옥처럼 서늘했지만, 그의 손길이 닿는 곳마다 붉은 열꽃이 피어나는 듯 뜨거워졌습니다. 린은 준서의 몸을 탐험하듯, 그의 단단한 가슴과 어깨를 신기한 눈으로 매만졌습니다. 그것은 단순한 정사가 아니었습니다. 서로 다른 두 세계, 전혀 다른 두 종족이, 서로의 육체를 통해 상대방의 존재를 이해하고 확인하는 경이로운 의식이었습니다. 린이 내지르는 교성은 새의 노랫소리처럼 맑았고, 그녀의 몸에서는 은은한 비단향이 피어올랐습니다. 그날 밤, 준서는 그녀의 깊고 푸른 눈동자 속에서, 자신이 평생을 찾아 헤맨 우주를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린은, 그의 뜨거운 품 안에서, ‘사랑’이라는 인간의 감정이 주는 지독한 황홀경을 비로소 깨닫게 되었습니다.
※ 마을의 포악한 현감 '김 진사'가 준서의 집에 숨어있는 신비로운 여인의 소문을 듣고
준서와 린의 위태로운 행복이 둥지를 튼 초가집 위로, 마침내 탐욕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민가 놈이 어디서 예쁜 계집을 구해다 숨겨놓고 산다더라.” 정도의 가벼운 뒷담화였던 소문은, 며칠 밤을 거치며 온갖 기이한 상상력으로 부풀려졌습니다. “그 여인은 밥은 먹지 않고 이슬만 먹고 사는데, 살결이 백옥보다 희고, 밤에는 몸에서 은은한 빛이 난다더군.”, “눈동자가 이 세상 사람의 것이 아닌, 깊은 바다 같은 푸른색이라고 하네.” 이처럼 신비로운 소문은, 마침내 이 고을의 포악한 지배자이자 탐욕의 화신인 현감, 김 진사의 귀에까지 흘러 들어갔습니다. 김 진사는 대대로 아전 노릇을 하며 부를 축적한 집안의 인물로,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백성들의 고혈을 짜내고, 아름다운 여인을 보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차지해야 직성이 풀리는, 그야말로 짐승과도 같은 사내였습니다. 그는 한양의 권세가들에게 줄을 대기 위해, 무언가 특별하고 기이한 진상품을 찾고 있던 참이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들려온 ‘신비로운 여인’에 대한 소문은, 그의 뒤틀린 욕망에 불을 지폈습니다. 그는 그 여인이 필시 인간이 아닌 요물이나, 혹은 하늘이 내린 귀한 존재일 것이라 확신했습니다. 그리고 그녀를 차지하여 임금에게 바친다면, 이 미천한 현감 자리를 벗어나 한양의 권력 중심부로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며칠 뒤, 김 진사는 ‘몰락한 사대부의 안위를 살핀다’는 허울 좋은 명분을 내세워, 직접 준서의 초가집을 찾았습니다. 그의 갑작스러운 방문에, 준서는 심장이 멎는 듯했지만, 애써 태연한 척 그를 맞이했습니다. “어찌 이런 누추한 곳까지 귀한 걸음을 하셨습니까.” 김 진사는 비웃음이 가득한 눈으로, 마치 뱀이 혓바닥을 날름거리듯 집 안을 훑어보았습니다. “자네 같은 인재가 이런 곳에서 썩는 것이 안타까워, 술 한잔 나누고 싶어 들렀네. 듣자 하니, 혼자 지내는 것이 적적하여, 어디서 말동무라도 들였다는 소문이 있던데.” 그의 노골적인 떠보기에 준서는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렀습니다. “당치도 않은 말씀이십니다. 소문이란 본래 허황된 것이 아니겠습니까.” 준서가 필사적으로 화제를 돌리려 애쓰던 바로 그 순간, 방 안에서 린의 기척을 느낀 김 진사가 막무가내로 방문을 열어젖히려 했습니다. 준서가 황급히 앞을 가로막았지만, 김 진사는 그를 거칠게 밀치고 방문의 틈을 비집고 안을 엿보고야 말았습니다. 그리고 그는 보고야 말았습니다. 방 안, 어둠 속에 숨어있던 린의 모습을. 비록 찰나였지만, 창호지를 통해 들어온 빛에 드러난 그녀의 모습은, 김 진사가 평생 보아온 그 어떤 미녀와도 비교할 수 없는, 비현실적이고 초월적인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특히 공포와 경계심으로 빛나는 그 푸른 눈동자는, 인간의 영혼을 그대로 빨아들일 듯한 마력을 뿜어내고 있었습니다. 김 진사는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꿀꺽 삼켰습니다. 그는 애써 놀란 기색을 감추고 헛기침을 하며 돌아섰지만, 그의 머릿속은 이미 린을 차지할 계획으로 가득 찼습니다. 저것은 단순한 여인이 아니다. 저것은 하늘이 나에게 내린 기회다. 저것만 손에 넣으면, 천하를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관아로 돌아온 그는, 그날 밤 즉시 자신의 수족처럼 부리는 포악한 아전들과 가병들을 불러 모았습니다. 그리고는 피도 눈물도 없는 잔혹한 명령을 내렸습니다. “오늘 밤, 당장 민준서의 집을 덮친다. 그 안에 있는 계집은 머리카락 한 올 상하지 않게 산 채로 잡아오너라. 그놈의 목숨은 필요 없다. 혹, 반항이 거세거든, 그 자리에서 처리해버려도 좋다. 모든 것은 강도를 당한 것으로 위장할 것이니, 뒤처리는 걱정할 것 없다.” 그의 검은 욕망이, 마침내 칼날이 되어 두 사람의 목을 향해 날아들고 있었습니다.
※ 현감의 위협이 다가오자, 린은 자신의 정체를 밝힌다.
김 진사가 다녀간 후, 준서와 린은 곧 닥쳐올 위험을 직감하고 공포에 떨었습니다. 그의 눈빛은 사냥감을 발견한 굶주린 이리의 그것과 같았습니다. “도망쳐야 하오, 린. 이대로 있다가는, 우리 둘 다 죽고 말 것이오.” 준서의 절박한 말에, 린은 처음으로 자신의 모든 것을 밝힐 결심을 했습니다. 그녀는 더 이상 자신의 비밀 때문에 준서를 위험에 빠뜨릴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녀는 준서를 마주 보고 앉아, 그의 두 손을 잡고 자신의 이마에 가져다 댔습니다. 그리고는 눈을 감았습니다. 그 순간, 준서의 머릿속으로, 언어가 아닌 순수한 이미지와 감정의 파도가 밀려 들어왔습니다. 그가 본 것은, 끝없는 우주와 은하수, 그리고 푸른 바다와 투명한 대기로 이루어진,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의 모습이었습니다. 그곳에서 린과 같은 존재들은, 육체를 가지기도 하고, 빛이 되기도 하며, 자유롭게 차원을 넘나들며 우주의 신비를 탐사하는 고도로 발달한 지성체였습니다. 린은 우주를 탐사하던 중, 미지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조종하던 ‘소형 탐사정’이 고장 나, 이 미개하고 원시적인 행성에 불시착하게 된 것이었습니다. 준서가 주웠던 검은 돌멩이는, 바로 그녀의 탐사정이자 생명 유지 장치였던 것입니다. 모든 진실을 알게 된 준서는, 잠시 혼란에 빠졌지만 이내 그녀를 더욱 애틋한 눈으로 바라보았습니다. 그녀는 더 이상 기이한 존재가 아니었습니다. 머나먼 고향을 떠나, 낯선 세상에 홀로 고립된, 자신이 목숨을 걸고 지켜줘야 할 단 한 사람이었습니다. 그가 그녀를 끌어안고 위로의 말을 건네려던 바로 그 순간이었습니다. ‘콰앙!’ 하는 굉음과 함께, 초가집의 문짝이 도끼에 찍혀 산산조각 나며 김 진사의 수하들이 횃불을 들고 짐승처럼 들이닥쳤습니다. “계집은 살려두고, 사내는 죽여라!” 그들은 칼을 빼 들고 두 사람에게 달려들었습니다. 준서는 린을 자신의 등 뒤로 숨기고, 낡은 몽둥이를 들어 필사적으로 저항했지만, 수십 명을 당해낼 수는 없었습니다. 그의 어깨와 다리에 칼날이 스쳐 피가 낭자하게 흘렀고, 그는 결국 힘없이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사내들이 쓰러진 준서를 끝장내려 칼을 치켜든 순간, 등 뒤에서 숨죽이고 있던 린의 몸에서 푸른빛이 터져 나왔습니다. 사랑하는 이가 눈앞에서 죽어가는 것을 본 그녀의 이성이, 마침내 끊어진 것입니다. “크아아아!” 그녀의 입에서 터져 나온 것은 비명이 아닌, 날카로운 쇳소리가 뒤섞인 기이한 포효였습니다. 그 포효와 함께, 방 안의 모든 물건들이 공중으로 떠올랐다가 사방으로 폭발하듯 흩어졌습니다. 사내들은 난생 처음 보는 광경에 기겁하여 비명을 질렀고, 린은 그 틈을 타 쓰러진 준서를 부축해 일으켰습니다. 그녀의 몸은 평소보다 훨씬 더 빠르고 가벼웠습니다. 그녀는 총알처럼 마당으로 뛰쳐나갔고, 뒤쫓아온 사내들을 향해 손을 뻗자, 보이지 않는 강력한 충격파가 그들을 튕겨내 버렸습니다. 그녀는 전사(戰士)가 아니었지만, 사랑하는 이를 지키고자 하는 절박함이, 그녀 안에 잠재되어 있던 미지의 능력을 깨운 것이었습니다. 그녀는 준서의 손을 굳게 잡고, 칠흑 같은 어둠 속으로, 그리고 그들을 집어삼킬 듯 몰아치는 폭풍우 속으로, 망설임 없이 몸을 던졌습니다.
※ 서로 다른 세계를 향한 이별
밤새도록 이어진 필사의 탈출 끝에, 준서와 린은 어릴 적 준서가 세상으로부터 숨고 싶을 때마다 찾았던, 해안 절벽 아래의 작은 비밀 동굴에 겨우 몸을 숨길 수 있었습니다. 밖에서는 여전히 세상의 종말이라도 온 듯 폭풍우가 몰아쳤고, 동굴 안에서는 두 사람의 가쁜 숨소리와, 파도 소리만이 어지럽게 뒤섞였습니다. 준서는 과다출혈로 정신이 혼미했고, 린은 자신의 모든 힘을 소진하여 탈진한 상태였습니다. 두 사람은 서로의 몸에 기댄 채, 말없이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주었습니다. 찢어진 옷자락으로 준서의 상처를 동여매주던 린의 눈에서는, 뜨거운 눈물이 쉴 새 없이 흘러내렸습니다. 자신 때문에, 그가 모든 것을 잃고 죽음의 위기에 처했다는 죄책감이 그녀의 심장을 찢고 있었습니다. 준서는 그런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며, 힘겹게 미소를 지었습니다. “울지… 마시오, 린. 나는… 단 한 순간도… 후회한 적이 없소. 당신을 만난 것이… 내 인생의 가장 큰 행복이었으니.” 그의 말에, 린은 더 큰 소리로 오열했습니다. 두 사람은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그들의 사랑이, 이 세상에서는 결코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을. 함께 할수록, 서로에게는 더 큰 불행만이 닥쳐올 것이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린은 품속에서, 자신의 탐사정에서 떨어져 나온 작은 파편을 꺼내 들었습니다. 그리고는 마지막 남은 힘을 모아, 그것을 작동시켰습니다. 파편에서 한 줄기 푸른빛이 나와, 동굴의 천장을 뚫고 폭풍우 치는 하늘을 향해 쏘아 올려졌습니다. 고향을 향한, 마지막 구조 신호였습니다. “이제… 곧… 나를 데리러 올 거예요.” 그녀의 목소리는 체념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가지 마시오… 제발… 나를 두고 가지 마시오.” 준서는 어린아이처럼 그녀의 옷자락을 붙잡고 애원했습니다. “당신을… 위험하게 만들 수 없어요. 나 때문에… 당신이 죽는 것을 볼 수는 없어요.” 두 사람은 서로를 끌어안고, 마지막이 될 사랑을 나누었습니다. 그것은 쾌락이나 욕망이 아닌, 영원한 이별을 앞둔 두 영혼이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는 처절하고도 성스러운 의식이었습니다. 그들은 눈물로 서로의 몸을 적셨고, 소금기 섞인 입맞춤을 나누었으며, 서로의 심장 소리를, 마지막 숨결을, 영혼의 가장 깊은 곳에 새겨 넣었습니다. 마침내 폭풍우가 멎고, 동굴 밖으로 새벽의 여명이 밝아올 무렵. 하늘의 먹구름이 소용돌이치듯 갈라지며, 그 사이로 인간의 언어로는 형용할 수 없는, 거대하고 고요한 빛의 함선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린이 떠나야 할 시간이었습니다. 그녀는 준서의 뺨을 마지막으로 쓰다듬었습니다. “나의 첫사랑… 나의 유일한 세상… 부디… 행복해야 해요.” 그녀는 그 말을 남기고, 빛을 향해 비틀거리며 걸어갔습니다. 준서는 차마 그녀를 붙잡지 못하고, 동굴 바닥에 주저앉아 그녀의 이름만을 목 놓아 불렀습니다. 거대한 빛이 그녀를 감싸 안고 하늘로 솟아오르자, 세상에는 다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고요한 아침이 찾아왔습니다. 준서는 홀로 남겨졌습니다. 하지만 그의 가슴속에는, 하늘에서 떨어진 한 여인과 나누었던, 우주보다도 광활하고 영원보다도 길었던 사랑의 기억이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별이 되어, 그의 남은 생을 비추게 될 것이었습니다.
유튜브 엔딩멘트
이야기 천사 시청자 여러분, 오늘 들려드린 기이하고도 애틋한 사랑 이야기, 어떠셨나요? 비록 두 사람은 헤어졌지만, 종족과 세상을 뛰어넘은 그들의 사랑은 그 자체로 영원한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어쩌면 사랑이란, 함께하는 시간의 길이가 아닌, 서로의 삶에 얼마나 깊이 스며들었는가로 그 의미가 결정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지혜로운 아들이 탐욕스러운 영의정을 통쾌하게 물리치는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경산 지방에 전해 내려오는 민담, 【지혜로운 아들의 기지, 영의정의 탐욕을 물리치다】 편도 많이 기대해주세요. 구독과 좋아요는 더 좋은 이야기를 만드는 큰 힘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