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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욕스러운 사또의 최후

1004 대본 2025. 8. 21.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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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탐욕스러운 사또의 최후

    태그 (Tags)

    #조선시대, #야담, #복수극, #스릴러, #심리전, #권선징악, #역사, #이야기, #탐관오리, #두뇌싸움, #드라마, #오디오드라마, #유튜브, #야담천사, #구전설화, #한복, #미인계, #비밀금고, #복수

     

     

    후킹멘트 (Hook)

    "네 년의 몸뚱이가 아니라, 네 애비가 숨겨둔 비밀을 원하는 것이다!" 늙은 사또의 탐욕은 단순한 색욕이 아니었다. 관아 깊숙한 곳, 막대한 부가 잠든 비밀 금고의 유일한 열쇠, 월하. 매일 밤, 그녀의 살결을 탐하는 척 다가오는 사또의 뜨거운 숨결 속엔 서늘한 계략이 숨어있다. 과연 월하는 육체를 무기로 아비의 복수를 완성하고, 탐욕의 제국을 무너뜨릴 수 있을까?

    디스크립션 (Description)

    단순한 야담이 아니다! 스릴러를 방불케 하는 치밀한 심리 복수극! 억울하게 죽은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스스로 호랑이 굴에 들어간 '월하'. 그녀는 아버지가 설계한 관아의 비밀 금고를 노리는 탐욕스러운 사또의 유일한 '열쇠'다. 월하는 사또의 음흉한 계략을 역이용하여 그의 탐욕을 파멸로 이끌고자 하는데... 숨 막히는 두뇌 싸움과 아슬아슬한 밤의 유혹, 그 끝에 숨겨진 진실은 무엇일까?

    ※ 관아에 들어온 첫날 밤

    달빛조차 숨 막혀 하는 깊은 밤, 사또의 침소에는 질식할 듯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최고급 용연향(龍涎香)이 자욱하게 피어오르고 있었지만, 그 값비싼 향기조차 이제 막 목욕을 마친 월하의 은은한 살내음을 이기지는 못했다. 두 개의 향기는 그러나 쾌락의 나른함을 자아내는 대신, 서로의 수를 읽으려는 팽팽한 경계심 속에서 불길하게 뒤섞였다. 늙은 사또는 비대한 몸을 가누며 월하의 앞에 섰다. 그의 눈은 여전히 끈적한 욕망으로 번들거렸지만, 그 동공 깊은 곳에는 사냥감을 앞에 둔 늙은 삵의 서늘하고 계산적인 광채가 도사리고 있었다. "월하야." 사또가 입을 열었다. 기름진 목소리가 비단 이불 위를 미끄러졌다. "네 년의 어미 약값 따위는 걱정할 것 없다. 그것은 하룻밤 계집의 몸값으론 족하지. 허나, 네가 나에게 줄 것은 그보다 훨씬 값지고 귀한 것이어야 할 게다." 그의 두툼한 손이 뱀처럼 기어와 월하의 어깨를 감쌌다. 얇은 속치마 너머로 전해지는 뜨겁고 축축한 체온, 그 노골적인 소유욕에 월하는 몸을 떨었지만 그것은 순수한 공포 때문만은 아니었다. '몸뚱이보다 값진 것…?' 월하는 이 늙은 여우가 노리는 것이 자신의 정조 따위가 아님을 확신했다.

    "나으리… 소인같이 미천하고 배운 것 없는 계집에게, 이 몸뚱이 말고 더 드릴 것이 무엇이 있겠사옵니까." 월하는 세상 물정 모르는 순진한 처녀인 양, 눈망울에 맑고 투명한 공포를 가득 담아 그를 올려다보았다. 그 완벽한 연기에 사또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모르는 소리. 네 애비는 참으로 손재주가 비상한 자였지. 이 낡아빠진 관아를 수리할 때도, 그 자의 솜씨가 곳곳에 닿지 않은 곳이 없었다. 특히… 아무도 모르는 곳에 귀한 것을 숨기는 재주가 남달랐지." 사또는 월하의 어깨를 주무르던 손으로 그녀의 턱을 거칠게 들어 올렸다. 고개가 젖혀지자 드러나는 하얀 목선에 그의 시선이 음흉하게 머물렀다. "그런 애비를 둔 딸이니, 네 년 또한 애비의 비범함을 조금은 물려받지 않았겠느냐. 혹, 애비가 네게 무언가… 유언처럼 남긴 것은 없더냐? 이를테면… 아주 작은 열쇠라던가, 이상한 그림이 그려진 종잇조각, 혹은 뜻 모를 노래 한 소절이라도 말이다." 사또의 목소리는 꿀처럼 달콤했지만, 질문의 내용은 집요하고 날카로웠다. 월하의 심장이 얼음물에 담긴 듯 차갑게 내려앉았다. '아버지… 아버지가 남긴 비밀을 알고 있구나.' 십 년 전, 강직한 성품 때문에 사또의 눈 밖에 나 억울한 누명을 쓰고 돌아가신 아버지. 아버지는 숨을 거두기 직전, 어린 월하의 손을 잡고 피를 토하며 말씀하셨다. '가장 깊고 어두운 곳에, 가장 밝은 진실을 숨겨두었노라. 언젠가… 때가 되면 그것이 너를 지켜줄 것이다….'

    월하는 그 의미를 몰랐지만, 지금 사또의 탐욕스러운 눈빛 속에서 희미한 실마리를 잡을 수 있었다. "아비는… 그저 목수일만 하던 무뚝뚝하고 가난한 분이셨습니다. 소인에게는… 낡은 나무 인형 하나 깎아주신 적이 없는 것을요." 월하는 애써 태연하게 거짓을 고하며, 그의 손아귀에서 뱀장어처럼 부드럽게 벗어났다. 그리고는 술병을 들어 그의 잔을 채웠다. 술 따르는 소리가 방 안의 침묵을 더욱 무겁게 만들었다. "나으리, 쇤네는 그런 어렵고 무서운 것은 잘 모릅니다. 그저 오늘 밤, 나으리를 기쁘게 해드리고 제 어미를 살리는 것만이 소인의 도리일 뿐입니다." 그녀는 일부러 더 흐느끼듯, 교태 섞인 목소리로 그의 이성을 흐트러뜨리려 했다. 술잔을 든 월하의 가녀린 손목과, 두려움으로 살짝 벌어진 붉은 입술에 사또의 시선이 잠시 머물렀다. "호오, 제법이구나. 독이 오른 쥐새끼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러 온 격인가." 사또는 월하의 잔꾀를 꿰뚫어 보는 듯한 미소를 지으며 술을 단숨에 들이켰다. "좋다. 급할 것 없지. 시간은 많으니. 늙은 고양이는 쥐를 바로 잡아먹지 않는 법이다. 충분히 가지고 놀다가… 지쳤을 때 숨통을 끊는 것이지. 오늘 밤은 일단 네 년의 몸부터 취해 보겠다." 사또는 월하를 거칠게 끌어안았다. 월하는 순순히 그의 품에 안기는 척하며, 그의 술과 고기 냄새가 뒤섞인 역한 체취를 견뎌냈다. 그의 등 뒤로, 그녀의 눈빛이 차갑게 번뜩였다. 이 늙은 늑대의 탐욕은 상상 이상으로 깊고 질겼다. 이것은 단순한 하룻밤의 유희가 아니었다. 목숨과 명예, 그리고 아버지의 진실을 건, 길고 긴 싸움의 시작이었다.

    ※ 월하의 안마를 받던 사또는 교묘한 질문으로 그녀를 압박한다

    며칠이 흐른 밤, 사또의 침소에서는 기이한 평온함이 감돌았다. 월하는 어느새 사또의 곁에 가장 가까이 드는 시중이 되어 있었다. 술에 거나하게 취한 사또는 비단 침상에 배를 깔고 엎드려 월하의 안마를 받고 있었다. 월하의 작고 부드러운 손이 그의 기름지고 뭉친 등 근육 위를 능숙하게 오갔다. 그녀의 손길은 때로는 부드럽게, 때로는 강하게 혈을 누르며 굳은 몸을 풀어주었다. "크으… 좋다. 네 년의 손길은 실로 천하일품이구나. 꼭 죽은 네 애비를 닮았어. 그놈도 손끝이 참 야무졌지. 나무를 만지는 손이나, 사람을 만지는 손이나… 결국은 같은 이치인가." 사또는 기분 좋은 신음을 흘리며, 또다시 아버지의 이야기를 미끼처럼 던졌다. 월하는 잠시 손을 멈칫했지만, 이내 평정을 되찾고 더욱 정성스럽게 그의 어깨를 주무르며 나긋나긋하게 답했다. "송구하오나 나으리, 소인은 아비의 얼굴도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 너무 어릴 때 돌아가셔서… 제 기억 속 아버지는 늘 술과 노름에 빠져 계셨던 무서운 분이셨습니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 사또는 눈을 감은 채 읊조렸다. 그의 손이 뒤로 뻗어와 월하의 종아리를 슬며시 움켜쥐었다. "거짓말. 그놈이 이 관아의 대들보를 올리던 날, 어린 네 년을 무등 태우고 대들보에 오르던 것을 내가 똑똑히 보았는데 말이다. 모두가 그놈의 대담함에 혀를 내둘렀지. 그날, 그놈이 네 귓가에 무어라 속삭이지 않았더냐? '이 집의 비밀은 너만이 알 것이다' 뭐, 이런 말이 아니었더냐? 응?"

    사또의 목소리는 장난스러웠지만, 종아리를 쥔 손아귀의 힘은 점점 강해졌다. 월하는 등줄기에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그는 계속해서 월하의 기억을 떠보며, 자신에게 유리한 조각을 꿰어 맞추려 하고 있었다. 이대로 끌려가다가는 모든 것을 들키고 말 것이다. 월하는 역으로 미끼를 던지기로 결심했다. 그녀는 갑자기 흐느끼는 소리를 내며 눈물을 뚝뚝 흘리기 시작했다. "아…! 나으리…! 그 말씀을 들으니… 어렴풋이 기억나는 것이 있습니다." 월하의 갑작스러운 눈물에 사또가 의아한 듯 쥐고 있던 다리를 놓고 고개를 돌렸다. 월하는 젖은 눈으로 애처롭게 그를 바라보았다. "아비는 늘 술에 취해 소인을 때렸습니다. 그리고 항상 같은 말씀을 하셨지요… '돈, 돈… 내가 저놈들 몰래 숨겨둔 황금만 찾으면 이런 쥐구멍에서 벗어날 수 있는데…' 하시면서요. 그러고는 이상한 노래를 부르셨습니다. 소인이 알아들을까 봐, 늘 거꾸로 부르셨지요." "노래? 거꾸로 부른 노래라니! 어서 말해보거라!" 사또의 눈이 탐욕으로 번뜩였다.

    월하는 기억을 더듬는 척, 눈을 감고 아버지가 평소 읊조리던 시조를 제멋대로 바꾸어 불렀다. "그림자가 길을 알린다, 달이 차오르는 밤… 붉은 잉어가 춤을 추고, 푸른 용이 누운 곳에… 소인, 너무 무서워서 제대로 듣지도 못했습니다. 이게 전부입니다." 그것은 아버지가 지어준 자장가에 월하가 즉흥적으로 꾸며낸 헛소리였다. 그러나 탐욕에 눈이 먼 사또의 귀에는 그것이 비밀 금고의 위치를 암시하는 완벽한 암호처럼 들렸다. '거꾸로 불렀다 하였으니, 순서는 그 반대렷다. 푸른 용이 누운 곳, 바로 관아 지붕의 용마루 아래렸다! 그곳에서 붉은 잉어, 연못을 바라볼 때, 달이 차오르는 밤, 보름달이 뜰 때 그림자가 길을 알려준다는 뜻이로구나!' 사또는 월하가 던진 가짜 미끼를 덥석 물고 혼자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경계심이 허물어진 틈을 타, 월하는 그의 귓가에 뜨거운 숨결을 불어넣으며 속삭였다. "나으리… 무섭고 슬픈 이야기는 이제 그만하고 싶습니다. 오늘 밤은… 나으리의 따뜻한 품에서 모든 것을 잊고 싶습니다." 월하는 처음으로 사또에게 먼저 다가가 그의 메마른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포갰다. 당황과 희열이 뒤섞인 표정으로, 사또는 이성을 잃고 그녀를 거칠게 끌어안았다. 월하는 그의 품에 안겨, 혀를 깨물고 싶은 혐오감을 억누르며 생각했다. '그래, 더 깊이 빠져들어라, 늙은 여우야. 내가 만든 거짓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다 보면, 언젠가는 네놈의 진짜 보물창고를 내게 보여주게 될 테니.' 그렇게 월하는 거짓의 눈물과 뜨거운 입맞춤으로, 서서히 탐욕스러운 사나이의 심장부로 파고들고 있었다.

    ※ 월하는 아버지의 유품에서 찾은 의미 없는 '도면 조각'을 미끼로 이방에게 접근한다

    사또가 '푸른 용'과 '붉은 잉어'의 수수께끼에 정신이 팔려 밤마다 관아 지붕만 쳐다보는 사이, 월하는 다음 계획을 실행에 옮겼다. 그녀가 노린 것은 바로 이방이었다. 평소 자신에게 노골적인 흑심을 품고 있던 이방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장기 말이었다. 그날 밤, 월하는 자신의 방으로 이방을 은밀히 불러들였다. 낮의 단아한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어깨선이 아슬아슬하게 드러나는 얇은 비단 옷을 입고 교태로운 미소로 그를 맞았다. 방 안에는 독한 사향 대신, 사내의 마음을 은근히 취하게 하는 백단향(白檀香)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이방은 정신이 아찔해지는 것을 느끼며 방 안으로 들어섰다. 월하는 그의 앞에 정갈한 술상을 차려놓고, 그의 옆에 바싹 다가앉아 섬섬옥수로 술을 따랐다. "이방 나으리, 밤늦게 부른 것은 다름이 아니오라… 나으리가 아니면 아니 될, 은밀한 부탁이 있어서입니다." 월하의 목소리는 꿀처럼 달콤했고, 그녀의 몸에서 풍기는 향기는 이방의 희미한 이성마저 마비시켰다.

    "부, 부탁이라니요… 월하 낭자… 낭자를 위해서라면 이 몸뚱이, 아깝지 않소이다." 이방의 눈은 이미 욕정으로 가득 차, 월하의 어깨선과 속치마 아래로 비치는 다리의 실루엣을 탐욕스럽게 훑고 있었다. 월하는 기다렸다는 듯, 품속에서 작은 종잇조각 하나를 꺼내 탁자 위에 펼쳤다. 그것은 오래된 한지에 복잡한 선과 알 수 없는 기호들이 그려진, 마치 낡은 도면의 일부처럼 보이는 것이었다. 월하의 아버지가 남긴 유품 중 하나였지만, 실은 오래된 책의 삽화를 베껴 그린 아무 의미 없는 종잇조각에 불과했다. "이것이 무엇인지 아시겠습니까?" 월하가 이방의 귓가에 뜨거운 숨을 불어넣으며 속삭였다. "사또 나으리께서… 그토록 애타게 찾고 계신 것입니다. 돌아가신 제 아비가 이 관아 어딘가에 숨겨둔 막대한 재산의… 지도이지요." "재산 지도!" 이방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사또가 밤낮으로 무언가를 찾고 있다는 소문은 관아에 파다했다. 그것이 월하의 아버지와 관련되었다는 것도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월하는 이방의 거칠고 투박한 손을 자신의 부드러운 손으로 감싸 쥐며,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사또께서는 이 지도의 나머지를 제가 가졌다고 믿고, 매일 밤 저를… 저를 짐승처럼 대하고 계십니다. 저는 이제 너무 지쳤습니다. 나으리… 나으리의 그 듬직한 풍모와 강인한 눈빛을 처음 뵈었을 때부터, 저 늙은 여우와는 다른 분이라 여겼습니다. 차라리… 이방 나으리께서 저를 구해주신다면…." 월하의 눈에서 눈물 한 방울이 이방의 손등 위로 툭, 떨어졌다. 그 뜨거운 눈물에 이방의 심장이 녹아내렸다. "이 지도의 나머지는… 관아의 서고 가장 깊은 곳, 사또 나으리의 서재에 있습니다. 그분만이 보시는 관아의 진짜 설계도와 함께 숨겨져 있을 겁니다. 나으리께서 그것을 찾아, 우리가 먼저 재물을 차지하는 겁니다. 그리고… 이 지긋지긋한 곳을 멀리 떠나… 우리 둘이… 평생을…." 월하는 말을 잇지 못하고 이방의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가녀린 몸의 떨림과 뜨거운 눈물, 달콤한 약속에 이방의 심장은 터질 듯이 뛰었다. 월하의 몸과 막대한 재물을 동시에 차지할 수 있다는 생각에, 그는 더 이상 앞뒤를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낭자, 걱정 마시오! 이 내가, 반드시 그 지도 조각을 찾아내어 낭자를 구하고, 저 늙은 여우의 뒤통수를 제대로 칠 것이오!" 이방은 월하를 굳세게 끌어안으며 맹세했다. 월하는 그의 품에 안겨,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서늘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이로써 가장 까다롭고 어리석은 말 하나를 손에 넣었다. 이제 이 말을 이용해, 진짜 '길'을 찾아낼 차례였다. 판은 짜졌고, 배우들은 모두 제 위치에 섰다. 이제 막이 오를 시간이었다.

    ※ 월하는 서재에 잠입해 아버지의 흔적을 찾는다

    깊은 밤, 관아의 모든 것이 죽은 듯이 잠든 시간. 오직 순찰을 도는 포졸들의 규칙적인 발소리와 멀리서 들려오는 소쩍새의 처량한 울음소리만이 어둠을 간간이 흔들었다. 월하는 숨소리마저 죽인 채, 사또의 서재로 향하는 복도 모퉁이에 그림자처럼 몸을 숨겼다. 약속된 해시(亥時)가 되자, 반대편 복도 끝에서 요란한 소리가 정적을 깨고 터져 나왔다. "으악! 아, 아이고 내 허리! 이놈의 돌부리는 밤마다 솟아나는 게냐!" 이방이 일부러 헛디뎌 넘어지며 옆에 있던 빈 항아리를 요란하게 깨뜨리는 소리였다. 서재를 지키던 포졸들이 "웬 놈이냐!" 소리치며 욕설을 뱉고는 소리가 난 곳으로 달려갔다. 월하는 그 찰나의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한 마리 살쾡이처럼 소리 없이 어둠을 가로질러, 미리 기름칠해 둔 서재의 문을 열고 안으로 스며들었다. 서재 안은 묵직한 종이 냄새와 사또의 역한 체취, 그리고 오래된 나무 냄새가 뒤섞여 숨 막히는 공기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월하는 창문으로 스며드는 희미한 달빛에 눈이 익숙해지기를 기다렸다가, 방 안을 훑었다. 사방이 위압적인 책장으로 꽉 들어차 있었지만, 월하의 눈은 한 곳에 고정되어 있었다. 아버지가 살아생전, '모든 지식의 시작과 끝이 모이는 곳'이라며 가리켰던, 방의 북동쪽 구석에 자리한 거대한 법전 책장이었다.

    월하는 책장으로 다가가 손끝으로 책등을 하나하나 훑었다. 차갑고 단단한 가죽의 감촉이 손끝에 와 닿았다. 아버지는 '글자 속에 길을 숨기고, 책 속에 문을 감추는 법'을 놀이처럼 가르쳐 주곤 했다. '월하야, 기억하거라. 가장 무거운 지식 아래, 가장 가벼운 진실이 있는 법이란다. 세상의 모든 이치가 그러하듯 말이다.' 아버지의 다정했던 목소리가 귓가에 울리는 듯했다. 월하는 책장에서 가장 두껍고 무거운 대명률(大明律)과 경국대전(經國大典)을 찾아냈다. 책 한 권 한 권이 돌덩이처럼 무거웠다. 월하가 여러 권의 법전들을 조심스럽게 들어내자, 과연 책장 안쪽 벽면에 미세하게 다른 나뭇결이 모습을 드러냈다. 손으로 더듬자 손가락 끝에 머리카락 굵기만 한 작은 홈이 느껴졌다. 월하가 품에서 비녀를 뽑아 그 홈에 넣고 옆으로 힘껏 밀자, '덜컥' 하는 마른 소리와 함께 책장 뒤편에 사람 하나가 겨우 드나들 수 있는 비밀스러운 공간이 나타났다. 그 안에는 세월의 먼지가 뽀얗게 쌓인 작은 궤짝 하나가 놓여 있었다. 심장이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듯했지만 월하는 침착하게 궤짝을 열었다. 안에는 금은보화 대신, 낡은 양피지 두루마리 몇 개와 작은 서찰 하나가 들어있을 뿐이었다. 월하가 서찰을 펼치자, 그곳에는 익숙한 아버지의 필체가 남아 있었다. '내 자랑스러운 딸 월하야, 이 아비는 믿는다. 네가 언젠가 이곳을 찾아낼 것이라는 것을. 저 지도들은 놈을 꾀어낼 가짜다. 진짜는 네 안에, 그리고 우리가 함께한 기억 속에 있느니라. 쥐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아야 할 때, 잊지 마라. 불은 어둠을 밝히지만, 때로는 가장 짙은 어둠을 부르는 신호가 되기도 한다는 것을. 너를 지켜줄 것이다.'

    아버지의 서찰은 암호와도 같았다. '진짜는 네 안에 있다'는 말의 의미를 곱씹던 월하는 함께 들어있던 관아의 전체 설계도를 펼쳐 들었다. 그 순간, 복도 저편에서 이방의 앓는 소리가 잦아들며 포졸들의 목소리가 가까워져 왔다. "별일 아니었군. 어서 자리로 돌아가자." 시간이 없었다. 월하는 설계도와 서찰을 품에 깊숙이 숨기고, 모든 것을 원래대로 되돌려 놓았다. 그리고 막 포졸들이 헛기침을 하며 서재 문고리를 잡으려는 찰나, 월하는 반대편 창문을 열고 담쟁이덩굴을 붙잡아 소리 없이 몸을 날려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그녀의 손에는 아버지의 복수를 완성할 마지막 열쇠가, 심장에는 아버지의 뜨거운 사랑이 함께 들려 있었다.

    ※ 월하는 암호를 풀어 비밀 금고를 찾아낸다

    사또의 눈을 피해 겨우 몸을 숨긴 곳은 관아 뒤뜰의 낡고 허물어져 가는 제기(祭器) 창고였다. 시큼한 곰팡내와 쥐 오줌 냄새가 진동했지만, 월하는 아랑곳하지 않고 바닥에 주저앉아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그리고는 아버지의 서찰과 설계도를 다시 펼쳐 들었다. '진짜는 네 안에, 그리고 우리가 함께한 기억 속에 있느니라.' 월하는 눈을 감고 필사적으로 기억의 강을 거슬러 올라갔다. 아버지는 관아를 지을 당시, 어린 월하의 손을 잡고 구석구석을 구경시켜 주곤 했다. 그러다 어느 지하 공간 앞에서 아버지는 월하를 품에 안고 이렇게 속삭였다. '월하야, 이 집에서 가장 높고 화려한 곳은 사또 놈의 침소지만, 가장 튼튼하고 안전한 곳은 따로 있지. 바로… 가장 낮고 천하고 더러운 자들이 머무는 이곳이란다. 사람들은 높은 곳만 보느라, 가장 중요한 것은 언제나 발밑에 있다는 것을 잊어버리지.' 가장 낮고 천한 곳. 월하의 뇌리를 섬광처럼 스치는 곳이 있었다. 바로 사또의 침소 바로 아래, 온갖 더러운 것들을 버리고 때로는 형벌을 기다리는 죄인을 가두기도 하는, 아무도 돌보지 않는 지하 광(壙)이었다. 월하는 설계도를 펼쳐 사또의 침소 부분을 살폈다. 아니나 다까, 공식 설계도에는 없는, 침상 아래쪽으로 이어지는 작은 공간이 희미한 먹선으로 표시되어 있었다. 아버지가 남긴 진짜 지도는 바로 이것이었다.

    월하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지하 광으로 향했다. 역한 냄새가 진동하는 입구를 지나 안으로 들어가자, 눅눅하고 차가운 공기가 소름 끼치게 살갗에 와 닿았다. 월하는 미리 챙겨온 등잔에 불을 붙여 사방을 살폈다. 한쪽 구석, 사또의 침실 바로 아래로 추정되는 벽면의 벽돌 색깔이 미세하게 다른 것을 발견했다. 월하가 벽돌을 밀자, 마치 땅이 울리는 듯한 육중한 소리를 내며 돌문이 열리고 그 안에서 곰팡내와 함께 숨겨진 공간이 모습을 드러냈다. 월하는 안으로 들어섰다. 그곳에는 사또가 찾던 금은보화는 없었다. 대신, 아버지의 손때가 묻은 궤짝 하나만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그 옆에는 월하가 어릴 적 가지고 놀던, 아버지가 직접 깎아준 작은 나무 기러기 인형이 함께 있었다. 월하가 떨리는 손으로 궤짝을 열었다. 그 안에는 아버지의 필체로 빼곡히 채워진 책 한 권이 있었다. 그것은 지난 십수 년간 사또가 저질러온 온갖 비리와 뇌물 내역, 백성들에게서 수탈한 재산 목록이 날짜별로 정확하게 기록된, 그야말로 '피의 비망록'이었다. 그리고 책의 마지막 장에는 월하에게 남기는 아버지의 마지막 유서가 있었다. '사랑하는 내 딸아. 이 아비는 탐욕스러운 저자를 벌하기 위해 이 모든 것을 기록했노라. 부디 이것으로 억울한 자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너는 저 기러기처럼 자유롭고 평안하게 살아가거라….' 월하의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쏟아져 내렸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등 뒤에서 서늘하고 음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 이럴 줄 알았지. 네 년의 진짜 목적은 요망한 네 애비의 복수였구나." 어둠 속에서, 탐욕스러운 미소를 지은 사또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월하가 서재에 다녀간 것을 눈치채고, 그녀의 뒤를 밟았던 것이다. "고맙다, 월하야. 네 애비가 남긴 진짜 보물을 찾아주어서. 이제 그 증좌와 함께, 네 년을 이 자리에서 네 애비 곁으로 보내주마." 돌문이 닫히는 육중한 소리와 함께, 두 사람만이 남은 지하 공간에는 절망적인 어둠과 사또의 광기 어린 웃음소리만이 가득 찼다.

    ※ 월하가 미리 연락해 둔 암행어사가 출두한다

    지하 공간의 공기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사또는 유일한 출구를 육중한 몸으로 막아선 채, 비망록을 든 월하를 향해 천천히 다가왔다. 그의 눈은 굶주린 이리의 눈처럼 번뜩였고, 탐욕으로 뒤틀린 입가에서는 침이 흘렀다. "참으로 영특한 년이로다. 이 늙은 아비를 감쪽같이 속이고, 애비가 남긴 유물까지 찾아내다니. 허나 어쩌겠느냐. 네 년의 그 영특함이, 네 명을 재촉한 것을. 네 년을 먼저 겁탈하고 죽인 뒤, 이 책은 내가 불태워버리면 그만이다." 사또의 손이 월하의 목을 향해 뻗어왔다. 월하는 뒷걸음질 치다 차가운 벽에 등이 닿았다. 이제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었다. 그러나 월하의 얼굴에는 두려움 대신, 모든 것을 체념한 듯한 차가운 미소가 걸려 있었다. "사또 나으리. 제가 아비에게 물려받은 것이 영특함뿐인 줄 아십니까?" 월하는 비망록을 든 손으로 자신의 가슴께를 가리켰다. "아비는 제게 이것 또한 가르쳐 주셨습니다. 불은 어둠을 밝히지만, 때로는 가장 짙은 어둠을 부르는 신호가 되기도 한다는 것을요. 나으리 같은 어둠을 말입니다." 월하는 말을 마치자마자, 들고 있던 등잔을 바닥에 쌓여 있던 마른 짚단 위로 던져버렸다.

    순식간에 불길이 치솟으며 자욱한 연기가 지하 공간을 채우기 시작했다. "네 이년, 미쳤느냐! 이 문은 안에서는 열 수 없다! 함께 죽을 셈이냐!" 당황한 사또가 소리쳤다. 그러나 월하가 노린 것은 바로 이 연기였다. 지하 공간의 환풍구는 사또의 침소 뒤뜰에 있는 낡고 버려진 아궁이와 연결되어 있었다. 월하가 아버지에게 들었던 마지막 '기억'이었다. 자욱한 연기가 좁은 환풍구를 통해 밖으로 필사적으로 새어 나가기 시작했다. 바로 그 순간, 굳게 닫혀 있던 지상의 문이 부서져라 열리며 횃불을 든 수많은 인영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암행어사 출두요!" 천지를 울리는 위엄 있는 외침과 함께, 마패를 높이 든 암행어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월하가 며칠 전, 암행어사와 몰래 접선하여 '관아 뒤뜰의 낡은 아궁이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날이, 모든 진실이 드러나는 날'이라고 약조해 두었던 것이다. 사또는 자신의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믿을 수 없다는 듯 허망한 표정으로 주저앉았다. 연기 속에서 걸어 나온 월하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암행어사 앞에 무릎을 꿇고, 아버지의 피와 눈물이 담긴 비망록을 올렸다. "여기, 백성의 피눈물과 제 아비의 한이 서린 증좌가 있사옵니다!" 모든 것은 끝이었다. 사또와 그에게 빌붙었던 이방을 비롯한 무리들은 줄줄이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고, 그들이 불법으로 축재한 재산은 모두 백성들에게 돌아갔다. 월하는 아버지의 누명을 벗기고 가문의 명예를 되찾았다. 며칠 후, 평온을 되찾은 자신의 초가집 마당, 월하는 따스한 햇살 아래 약초를 다듬는 노모의 주름진 손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어머니의 손을 잡자, 그제야 월하의 눈에서 참았던 눈물이 흘러내렸다. 더 이상 그녀의 눈에는 복수의 불꽃 대신, 맑고 잔잔한 평화만이 가득했다. 길고 길었던 탐욕과 복수의 밤이 지나고, 마침내 진정한 아침이 밝아온 것이다.

    유튜브 엔딩멘트

    한낱 연약한 계집이라 얕보았던 사내들은, 결국 그녀의 지혜와 용기 앞에 무너져 내렸습니다. 아비가 남긴 진정한 유산은 숨겨진 재물이 아닌, 불의에 맞설 수 있는 강인한 마음이었지요. 야담천사가 들려드릴 다음 이야기는 더욱 치명적이고 위험합니다. 아름다움을 무기로 조정을 뒤흔들고, 최고 권력가인 당상관들을 차례로 파멸시킨 전설 속의 여인. 과연 그녀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요? '당상관을 파멸시킨 여자의 정체', 다음 이야기를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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