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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혜로운 아들의 기지, 영의정의 탐욕을 물리치다 (출처: 경산 민담 '아들의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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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킹멘트 (250자 이내)

    권력에 눈이 멀어 남의 집 가보까지 탐낸 영의정. "내일 해가 뜨기 전까지 '이것'을 구해오지 못하면 네 가보를 빼앗겠다!" 절체절명의 위기, 좌의정과 그의 아들은 과연 어떤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이 탐욕스러운 대신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었을까요?

    디스크립션 (300자 이내)

    조선 팔도를 호령하는 영의정의 끝없는 탐욕과 그에 맞서는 한 소년의 빛나는 지혜! 가문을 지키기 위해 아들이 내놓은 기상천외한 해결책은 무엇이었을까요? 우리의 옛이야기 속에 담긴 통쾌한 교훈과 해학을 만나보세요.

    ※ 평화로운 좌의정의 집에 날벼락처럼 닥친 영의정의 방문.

    조선 시대, 한양의 어느 고즈넉한 동네에 청렴하기로 이름난 좌의정 대감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의 집은 권세가의 저택이라기보다는 학자의 기품이 느껴지는 소박하고 단아한 곳이었습니다. 마당에는 난초 몇 포기가 소담하게 피어있었고, 서재에서는 언제나 은은한 묵향이 흘러나왔지요. 그러던 어느 화창한 오후, 이 평화로운 집에 먹구름이 드리우기 시작했습니다. 당대 최고의 권세가이자, 호랑이 같다는 영의정 대감이 예고도 없이 들이닥친 것입니다. "영의정 대감 행차시다!" 우렁찬 외침과 함께 대문이 활짝 열리자, 좌의정은 물론 온 집안의 하인들까지 혼비백산하여 마당으로 뛰쳐나왔습니다. 좌의정은 황급히 의관을 정제하고 버선발로 달려 나가 머리를 조아렸습니다. "어이쿠, 영의정 대감! 이 누추한 곳까지 어인 행차시옵니까? 미리 기별이라도 주셨더라면 소홀함이 없었을 터인데, 참으로 송구하옵니다." 그의 말에는 진심 어린 당혹감이 묻어있었습니다. 영의정은 좌의정의 어깨를 툭 치며 호탕하게 웃었지만, 그 눈빛은 주변을 샅샅이 훑으며 무언가를 탐색하는 듯 번뜩였습니다. "허허, 좌의정. 뭘 그리 격식을 차린단 말이오. 지나던 길에 잠시 목이나 축일까 하여 들렀을 뿐이니, 너무 염려치 마시오." 말과는 달리 그의 걸음걸이는 이미 주인의 행세였고, 좌의정은 그저 그의 뒤를 따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랑방에 좌정한 영의정은 내오는 차와 다과에는 눈길 한번 주지 않았습니다. 잠시 나라의 정세에 대해 몇 마디 나누는가 싶더니, 이내 노골적으로 본색을 드러냈습니다. "듣자 하니, 좌의정 댁에 천하에 둘도 없는 아주 진귀한 보물이 있다지? 대대로 내려오는 가보라 하던데, 어디 구경이라도 한번 할 수 있겠소?" 영의정의 말에 좌의정의 심장이 쿵 내려앉았습니다. 올 것이 왔구나 싶었지요. 영의정이 말하는 보물은 바로, 좌의정 가문의 혼과 정신이 깃든 '운룡 옥벼루'였습니다. 그 벼루는 단순한 문방사우가 아니었습니다. 한 점의 티도 없이 맑고 투명한 백옥을 통째로 깎아 만든 것으로, 벼루의 가장자리에는 마치 살아있는 듯한 용 두 마리가 구름 속에서 꿈틀거리는 모습이 정교하게 조각되어 있었습니다. 그 조각이 어찌나 섬세한지, 금방이라도 용들이 구름을 박차고 하늘로 승천할 것만 같았지요. 또한, 먹을 갈 때면 차가운 옥의 기운이 손끝으로 전해지며 정신을 맑게 하고, 묵향은 그 어떤 향보다도 깊고 은은하여 온 방안을 가득 채운다고 알려져 있었습니다. 좌의정은 잠시 망설였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가문의 자존심이자 정신적 지주였습니다. 하지만 상대는 왕 아래 가장 높은 권세를 누리는 영의정이었습니다. 그의 청을 거절하는 것은 곧 그의 권위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것과 같았습니다. 결국 좌의정은 마른침을 삼키며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물론입니다, 대감. 잠시만 기다려 주시지요." 그는 안채 깊숙한 곳의 궤짝에서 비단 보자기에 겹겹이 싸인 오동나무 상자를 조심스럽게 꺼내 왔습니다. 상자가 열리고, 마침내 운룡 옥벼루가 그 영롱한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영의정의 입에서 나직한 탄성이 터져 나왔습니다. 그의 두 눈에는 숨길 수 없는 탐욕의 불길이 이글거렸습니다. "오오, 과연! 과연 명불허전이로구나! 소문으로만 듣던 것이 이 정도일 줄이야!" 그는 마치 홀린 사람처럼 벼루를 향해 손을 뻗었습니다. 차갑고 매끄러운 옥의 감촉이 손끝에 닿자, 그는 만족스러운 신음을 흘리며 벼루를 제 쪽으로 끌어당겼습니다. 한참이나 벼루를 만지작거리며 용의 비늘 하나하나, 구름의 결 하나하나를 뜯어보던 그는, 그것을 다시 상자에 넣을 생각도 않고 자신의 품으로 슬쩍 가져갔습니다. 그리고는 뻔뻔스럽게도 좌의정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며 말했습니다. "좌의정, 이토록 귀한 물건이 그대처럼 청빈한 선비의 집에 있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 듯하오. 보물은 마땅히 그 가치를 아는 사람에게 가야 하는 법. 즉, 나의 집으로 가는 것이 순리가 아니겠소? 이 벼루, 나에게 양보하시게." 순간 좌의정의 얼굴에서 핏기가 가셨습니다. 가문을 지탱하는 정신과도 같은 가보를 이토록 파렴치하게 대놓고 빼앗으려 들다니, 눈앞이 아찔했습니다. 하지만 분노를 표출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모기만 하게 기어 들어갔습니다. "대, 대감. 그 말씀은 심히 지나치십니다. 이 옥벼루는 저희 가문의 정신과 역사가 깃든 것이옵니다. 부디… 부디 거두어 주시옵소서." 그러나 영의정은 좌의정의 애원을 비웃을 뿐이었습니다. 그는 이미 옥벼루를 자신의 소유로 확정 지었고, 좌의정의 절망은 그의 탐욕을 더욱 부추길 뿐이었습니다.

    ※ 영의정은 옥벼루를 빼앗기 위해 억지스러운 요구를 한다.

    좌의정의 간절한 애원에도 영의정의 태도는 얼음장처럼 차가웠습니다. 그는 오히려 좌의정의 나약한 모습을 즐기는 듯, 입가에 비릿한 미소까지 머금었습니다. "허허, 좌의정. 가문의 정신이라. 그까짓 돌덩이 하나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 아니오? 하지만 그대의 그 애틋한 마음을 보니, 내 인정 없는 사람처럼 보일까 걱정이 되는구려. 좋소. 그렇다면 내 특별히 그대에게 마지막 기회를 한번 주겠소." 영의정의 말에 좌의정의 눈에 실낱같은 희망이 어렸지만, 그 희망은 이내 더 큰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졌습니다. 영의정은 옥벼루를 품에 꼭 껴안은 채, 오만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내일 동이 트기 전까지, 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고기와 이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불, 그리고 이 세상에서 가장 빠른 말을 구해 내 앞에 가져오시오. 그 어떤 임금의 수라상에도 오르지 못했던 고기, 그 어떤 화로보다도 뜨거운 불, 그리고 바람보다도 빠른 말을 말이오. 만약 이 세 가지를 모두 구해온다면, 그대의 정성을 갸륵히 여겨 이 옥벼루는 다시 그대의 품으로 돌려주겠소. 허나, 만약 단 하나라도 약조를 지키지 못한다면, 그땐 이 옥벼루가 누구의 것이 되어야 할지 두말할 필요도 없겠지?" 영의정의 말은 그야말로 날벼락과도 같았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고기, 가장 따뜻한 불, 가장 빠른 말이라니. 그것은 실재하는 물건을 가져오라는 뜻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너는 절대로 해낼 수 없으니, 순순히 벼루를 내놓아라'하는 악의에 찬 통보였습니다. 이는 명백히 힘없는 자를 향한 권력자의 잔인한 희롱이자, 빼앗기 위한 완벽한 명분이었습니다. 좌의정은 기가 막혀 입을 뗄 수 없었습니다. 온몸의 피가 차갑게 식는 것 같았고, 분노와 무력감에 손끝이 부들부들 떨렸습니다. 그의 굳어버린 표정을 확인한 영의정은 만족스러운 듯 껄껄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그럼, 나는 내일 아침 그대의 지극한 효심과 충성심을 기대하며 이만 돌아가 보겠소. 부디 나를 실망시키지 마시오, 좌의정." 영의정은 그렇게 좌의정의 가보이자 혼이 담긴 옥벼루를 제 품에 넣은 채, 승리자처럼 당당하게 대문을 빠져나갔습니다. 홀로 남겨진 좌의정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한동안 그 자리에 못 박힌 듯 서 있었습니다. 권력의 칼날이 얼마나 차갑고 무자비한지, 인간의 탐욕이 얼마나 추악한지를 온몸으로 실감하며 깊은 회의감에 휩싸였습니다. 그는 힘없이 사랑방으로 돌아와 자리에 풀썩 주저앉았습니다. 눈앞이 캄캄했고, 가슴은 답답해 숨을 쉬기조차 힘들었습니다.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소중한 보물을, 자신의 대에서 이토록 허무하게 빼앗기게 되었다는 자책감이 그의 어깨를 무겁게 짓눌렀습니다. 날은 저물어 사방은 칠흑 같은 어둠에 잠겼고, 좌의정의 시름도 그 밤의 장막처럼 깊어져만 갔습니다. 그는 밤새 뜬눈으로 방안을 서성였습니다. '가장 맛있는 고기… 가장 따뜻한 불… 가장 빠른 말…'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 보아도 답이 나올 리 없었습니다. 전설에나 나올 법한 것들을 하룻밤 사이에 대체 어디서 구한단 말입니까. 이는 처음부터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시간은 무심하게 흘러, 어느덧 창호지 너머로 희미한 달빛마저 스러지고 있었습니다. 멀리서 첫 닭이 우는소리가 들려오자, 좌의정은 모든 것을 포기한 채 바닥에 쓰러지듯 누웠습니다. '이제 모든 것이 끝이로구나. 가문의 보물을 내 대에서 잃게 되었으니, 내가 무슨 낯으로 조상님들을 뵌단 말인가.' 그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고 소리 없는 눈물을 흘렸습니다. 바로 그때였습니다. 방문 밖에서 조심스럽게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아버님, 소자 들어가도 되겠사옵니까?"

    ※ 도저히 불가능한 요구 앞에 좌의정은 절망에 빠진다.

    그 목소리의 주인은 좌의정의 하나뿐인 아들이었습니다. 아직 나이는 열다섯에 불과했지만, 어려서부터 글 읽기를 좋아하고 지혜가 남달라 주위의 칭찬이 자자한 아이였습니다. 좌의정은 이 참담한 심정과 초라한 모습을 차마 아들에게 보이고 싶지 않았습니다. 이미 온몸의 기운이 쇠하여 목소리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았습니다. "…들어오너라." 간신히 쥐어짠 아버지의 목소리에 아들은 조용히 미닫이문을 열고 방으로 들어섰습니다. 그는 촛불 아래 하얗게 질린 채 실의에 빠져 있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이미 모든 상황을 짐작하고 있는 듯 침착한 표정이었습니다. 사실 아들은 대낮에 영의정이 다녀간 직후부터 집안의 무거운 분위기를 느끼고 있었습니다. 아버지의 안색이 평소와 다르다는 것을 알아채고, 조용히 하인들을 통해 영의정의 방문 목적과 그가 남기고 간 수수께끼에 대해 자초지종을 모두 전해 들었던 것입니다. 아들은 아버지 앞에 조용히 무릎을 꿇고 앉았습니다. 그리고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떨구고 있는 아버지의 차가운 손을 자신의 두 손으로 가만히 감싸 쥐었습니다. "아버님, 너무 상심치 마시옵소서." 아들의 차분하고 따뜻한 위로에, 억지로 참고 있던 좌의정의 감정이 끝내 터져 나오고 말았습니다. 그는 어린 아들 앞이라는 것도 잊은 채, 참았던 눈물을 떨구었습니다. "아가, 이 아비가 무능하고 못나서 조상님들께 크나큰 죄를 짓게 되었구나. 우리 가문의 정신과도 같은 저 소중한 옥벼루를 저 간악한 자의 손에 넘겨주게 되었으니… 눈앞에서 뻔히 빼앗기고도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이 아비를 어찌하면 좋단 말이냐." 좌의정은 자책 섞인 목소리로 그간의 사정을 모두 털어놓았습니다. 영의정의 파렴치한 행동과 도저히 풀 수 없는 세 가지 수수께끼에 대해 이야기하며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아들은 아버지의 하소연을 묵묵히, 그리고 진지하게 들었습니다. 이야기기 모두 끝나자, 아들의 눈빛은 그러나 절망이 아닌, 오히려 맑고 총명한 빛으로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그는 아버지의 손을 더욱 굳게 잡으며,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강단 있는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아버님,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영의정 대감께서 내신 그 문제는 소자에게 맡겨 주시옵소서." 좌의정은 아들의 당돌한 말에 깜짝 놀라 고개를 번쩍 들었습니다. "네가? 네가 어찌 그 문제를 해결한단 말이냐. 영의정 대감의 권세가 하늘을 찌르거늘, 이는 어린 네가 함부로 나설 일이 결코 아니다. 괜한 소리 말거라." 좌의정은 아들이 자신을 위로하기 위해 철없는 소리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아들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하고 확신에 차 있었습니다. "아버님, 소자의 말을 들어보십시오. 영의정 대감께서 내신 문제는 칼이나 창으로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돈이나 권력으로도 해결할 수 없습니다. 이것은 지혜와 지혜의 싸움입니다. 대감께서는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똑똑하다고 여기시기에 이런 수수께끼를 내신 것이며, 바로 그 오만함 속에 허점이 숨어있는 것입니다. 소자에게 생각이 있사오니, 부디 한번 믿고 맡겨 주시옵소서." 아들은 또박또박, 흔들림 없는 목소리로 자신의 생각을 밝혔습니다. 그 모습이 어찌나 늠름하고 믿음직스러운지, 절망의 늪에 빠져 있던 좌의정의 마음속에 희미한 희망의 불씨가 타오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래, 저 아이는 어릴 적부터 범상치 않았다. 열을 가르치면 스무를 깨우쳤고, 그 어떤 어려운 문제 앞에서도 막힘이 없었지. 혹시 저 아이라면… 정말로 방도가 있는 것일까?' 좌의정은 아들의 깊고 맑은 눈을 한참 동안 지그시 바라보았습니다. 아들의 눈에는 두려움이나 허세가 아닌, 문제를 꿰뚫어 보고 해결할 수 있다는 강한 자신감이 서려 있었습니다. 한참을 망설이던 좌의정은 마침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좋다. 정녕 네게 방도가 있다면, 너의 지혜를 한번 믿어보겠다. 허나, 만에 하나라도 일이 잘못되면 우리 가문 전체가 위험해질 수 있으니, 절대 무리해서는 안 될 것이다." 아버지의 허락이 떨어지자, 아들은 결연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염려 마시옵소서, 아버님. 소자, 반드시 조상님의 귀한 보물을 되찾아 오겠습니다!" 아들은 아버지께 큰절을 올리고 방을 나섰습니다. 창밖은 아직 어두웠지만, 동쪽 하늘 끝자락에서는 서서히 새벽의 기운이 번져오고 있었습니다. 아들은 조금도 지체하지 않고 곧바로 부엌과 마구간을 오가며 무언가를 챙기고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그의 손놀림은 침착하고 신속했습니다. 과연 이 어린 소년은 어떤 기상천외한 지혜로 저 거대한 산과 같은 영의정을 상대하려는 것일까요? 좌의정은 아들의 분주한 뒷모습을 바라보며, 불안과 기대를 안은 채 초조하게 아침이 밝아오기만을 기다릴 뿐이었습니다.

    ※ 아들은 영의정을 찾아가 그가 낸 수수께끼에 대한 답을 기발한 논리로 풀어낸다.

    이윽고 동쪽 하늘이 옅은 먹물을 풀어놓은 듯 희미하게 밝아올 무렵, 좌의정의 아들은 준비를 마치고 집을 나섰습니다. 그의 손에는 작은 보따리 하나가 전부였지만, 그 발걸음은 천군만마를 이끄는 장수처럼 당당하고 거침이 없었습니다. 아들이 도착한 영의정의 저택은 그야말로 어마어마했습니다. 높다란 솟을대문과 담장 너머로 보이는 웅장한 기와집은 마치 작은 궁궐을 연상케 했습니다. 문을 지키는 하인들의 기세 또한 등등했지요. 아들은 조금도 주눅 들지 않고, 또렷한 목소리로 영의정 대감을 뵈러 왔노라 청했습니다. 잠시 후, 아들은 영의정의 대청으로 안내되었습니다. 영의정은 밤새 잠을 설쳤는지 다소 피곤한 기색이었지만, 좌의정의 아들이 홀로 온 것을 보고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습니다. ‘제 아비는 차마 낯 뜨거워 오지 못하고, 어린 아들을 보내 포기하겠다는 뜻을 전하러 왔구나.’ 그는 거만한 자세로 팔짱을 낀 채, 어린아이를 내려다보며 물었습니다. "네가 좌의정의 아들이냐? 네 아비는 어찌하고 너 혼자 왔느냐. 벌써 포기라도 하겠다는 것이냐?" 아들은 공손히 허리를 숙여 절을 올린 뒤, 차분한 목소리로 답했습니다. "대감, 아버님의 명을 받들어 대감께서 내리신 세 가지 물건을 가져왔나이다." 그 말에 영의정의 얼굴에 의아한 빛이 스쳤습니다. 그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습니다. "허, 과연 무엇을 가져왔는지 구경이나 해보자꾸나. 그래,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고기는 무엇이더냐?" 아들은 품에서 조심스럽게 작은 상자를 하나 꺼내 열었습니다. 그 안에는 하얀 천에 싸인 무언가가 들어있었습니다. 영의정이 인상을 찌푸리자, 아들은 비장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세상에 자기 자식의 살보다 더 맛있는 고기는 없다고 하였습니다. 이 고기는 소금에 절인 제 허벅지 살이옵니다. 부모를 위하는 자식의 마음보다 더한 맛이 어디 있겠사옵니까?" 순간 대청 안에는 찬물을 끼얹은 듯 정적이 흘렀습니다. 영의정은 경악을 금치 못하며 자신도 모르게 자리에서 반쯤 일어났습니다. 어린아이의 입에서 나왔다고는 믿기지 않는 섬뜩하고도 지극한 논리 앞에, 그는 할 말을 잃었습니다. 차마 그것을 맛보겠다거나, 틀렸다고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영의정은 마른침을 삼키며 애써 태연한 척 다음 질문을 던졌습니다. "…크흠! 괴, 괴이한 소리를 하는구나. 좋다. 그렇다면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불은 가져왔느냐?" 그러자 아들은 품에서 하얀 솜뭉치 하나를 꺼내 보였습니다. "대감,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불은 바로 이 '목화솜'이옵니다. 장작불이나 숯불은 잠시 몸을 녹여줄 뿐이지만, 이 목화솜으로 지은 옷은 추운 겨울 내내 백성의 몸을 따뜻하게 감싸주어 얼어 죽지 않게 하는 생명의 불씨입니다. 이는 곧 백성을 어루만지는 임금님의 따스한 마음과도 같으니, 이보다 더 따뜻한 불이 세상에 어디 있겠사옵니까?" 아들의 대답은 단순한 재치를 넘어, 목민관으로서 백성을 생각해야 한다는 날카로운 가르침이 담겨 있었습니다. 영의정의 얼굴이 울그락불그락 달아올랐습니다. 자신의 탐욕을 꾸짖는 듯한 이 어린아이의 말에 심기가 불편했지만, 그 논리가 너무나 정연하여 반박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는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려는 듯,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궤변이 심하구나! 마지막이다! 세상에서 가장 빠른 말은 어디 있느냐? 설마 당나귀라도 한 마리 끌고 와서 천리마라고 우길 셈이냐?" 그러자 아들은 아무것도 꺼내지 않고, 자기 자신을 가리키며 꼿C하게 말했습니다. "대감, 세상에서 가장 빠른 말은 바로 저의 '두 다리'이옵니다. 천리마라 한들 주인이 채찍질을 해야만 달리고, 때로는 병이 들어 쓰러지기도 합니다. 허나 자식 된 도리로 부모님을 섬기고, 신하 된 도리로 나라에 충성하고자 달려가는 이 두 다리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지치지 않으니 이보다 더 빠르고 귀한 말이 어디 있겠사옵니까?" 아들의 마지막 대답이 대청에 울려 퍼지는 순간, 영의정은 완전히 넋을 잃고 말았습니다.

    ※ 아들은 영의정에게 역으로 풀기 어려운 문제를 내어 그를 궁지에 몰아넣는다.

    좌의정 아들의 세 가지 대답은 단순한 수수께끼 풀이가 아니었습니다. 그 안에는 효와 충, 그리고 위정자가 가져야 할 덕목에 대한 깊은 통찰이 담겨 있었습니다. 영의정은 어린아이의 지혜 앞에 완벽히 허를 찔리고 말았습니다. 그는 잠시 아무 말도 못 하고 입술만 달싹거렸습니다. 자신의 권세와 재물로는 도저히 이길 수 없는, 더 높은 차원의 논리 앞에 선 기분이었습니다. 대청에 모여 구경하던 그의 수하들과 하인들조차 감탄과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수군거리기 시작했습니다. 그 소란 속에서 영의정의 체면은 말이 아니게 구겨졌습니다. 바로 그때, 좌의정의 아들이 한 걸음 더 앞으로 나섰습니다. 그리고는 조금 전까지의 공손함과는 다른, 당당하고 위엄 있는 목소리로 영의정에게 말했습니다. "대감, 소자는 대감께서 내리신 세 가지 과제를 모두 풀어내었습니다. 이제 약조대로 저희 집안의 옥벼루를 돌려주시옵소서." 영의정은 아들의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하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고 순순히 벼루를 내어주기에는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어떻게든 꼬투리를 잡아 상황을 모면하려 했습니다. "네, 네 녀석의 말이 일견 그럴듯하나, 어찌 그것을 정답이라 확신할 수 있겠느냐! 이는 억지에 불과하다!" 영의정의 억지스러운 외침에 아들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습니다. "그러하시다면, 대감의 지혜를 증명할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소자 또한 대감께 한 가지 여쭐 것이 있사옵니다. 만약 대감께서 이 문제에 답하신다면, 저희는 옥벼루를 포기하고 깨끗이 물러나겠나이다." 이 말은 영의정에게 더없는 굴욕이었지만, 동시에 마지막 기회처럼 느껴졌습니다. ‘어린아이가 내는 문제야 뻔하지 않겠는가. 이것만 풀면 이 녀석의 코를 납작하게 누르고 벼루도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 영의정은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자신만만하게 말했습니다. "오냐, 네 소원이 정 그렇다면 어디 한번 문제를 내보거라! 이 영의정이 풀지 못할 문제는 천하에 없느니라!" 아들은 기다렸다는 듯, 품에서 또 다른 작은 주머니를 꺼냈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모양과 크기가 거의 똑같은 달걀 두 개를 꺼내 양손에 하나씩 올려놓았습니다. "대감, 이 두 개의 달걀이 있사옵니다. 하나는 암탉이 낳은 것이고, 다른 하나는 수탉이 낳은 것이옵니다. 부디 어느 것이 수탉의 알인지 가려내 주시옵소서. 단, 달걀을 깨뜨려서는 아니 되옵니다." 아들의 문제가 떨어지자마자 대청 안은 순간 술렁거렸습니다. 수탉이 알을 낳는다니, 금시초문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영의정은 이것이 필시 자신을 시험하는 함정일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는 매서운 눈으로 달걀 두 개를 뚫어져라 쳐다보았습니다. 하나를 들어 귀에 대고 흔들어보기도 하고, 빛에 비추어 보기도 했습니다. 더 매끄러운 것이 암컷의 것일까, 아니면 더 뾰족한 것이 수컷의 것일까. 그는 자신의 모든 지식과 경험을 총동원하여 답을 찾으려 애썼지만, 두 달걀의 차이점을 도저히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시간은 흘러갔고, 영의정의 이마에는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히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은 숨을 죽인 채, 당대 최고 권력자의 입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의 침묵이 길어질수록, 그의 권위는 모래성처럼 허물어지고 있었습니다. 마침내, 아들이 조용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습니다. "대감, 아직 답을 찾지 못하셨사옵니까?" 그 목소리는 영의정에게 사형 선고처럼 들렸습니다. 결국 영의정은 모든 것을 포점기한 듯, 버럭 소리를 질렀습니다. "에잇, 시끄럽다! 세상 천지에 알을 낳는 수탉이 어디 있단 말이냐! 네 이놈, 지금 날 희롱하는 것이냐!" 그 순간, 아들은 기다렸다는 듯 환하게 웃으며 말했습니다. "바로 그것이옵니다, 대감. 수탉은 알을 낳을 수 없사옵니다. 이는 하늘의 이치이옵니다. 하오나, 수탉이 알을 낳는 것보다 더 이치에 어긋나는 일이 있사오니, 그것은 바로 나라의 큰 어른이신 대감께서 힘없는 신하의 집 가보를 탐내고 빼앗으려 하시는 것이옵니다. 어찌 이치에 맞지 않는 일을 하시면서, 소자에게는 이치를 따져 물으시나이까?" 아들의 말은 날카로운 비수가 되어 영의정의 심장에 정확히 박혔습니다.

    ※ 아들의 지혜에 탄복한 영의정은 자신의 탐욕을 뉘우치고

    좌의정 아들의 마지막 한마디는 천둥과도 같았습니다. 대청을 가득 메웠던 모든 사람들은 순간 숨을 멈췄습니다. 영의정은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라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수탉이 알을 낳을 수 없듯, 대신이 남의 물건을 탐하는 것 또한 이치에 어긋난다.’ 이 얼마나 통쾌하고도 정곡을 찌르는 비유입니까. 아이의 말은 단순히 영의정의 탐욕을 꾸짖는 것을 넘어, 만백성이 지켜보는 앞에서 그의 도덕성과 자격을 송두리째 흔들어 버린 것이었습니다. 영의정은 온몸이 부들부들 떨리는 것을 느꼈습니다. 분노와 수치심이 뒤섞여 당장이라도 저 당돌한 아이의 목을 베어버리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습니다. 이미 수많은 눈과 귀가 이곳에 쏠려 있었습니다. 여기서 아이에게 해코지를 한다면, 그는 지혜로운 아이를 시기하여 죽인 편협하고 잔인한 권력자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 뻔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꾀에 자신이 완벽하게 넘어갔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결국, 그는 헛기침을 몇 번 하더니, 떨리는 손으로 품 안에 있던 옥벼루를 꺼냈습니다. 평생 남에게 고개를 숙여본 적 없던 그가, 한낱 어린아이 앞에서 무릎을 꿇은 것이나 다름없었습니다. 그는 애써 위엄을 차리려는 듯, 마지못해 입을 열었습니다. "…네… 네 녀석의 지혜가 참으로 깊구나. 그 아비에 그 아들이라더니, 과연 빈말이 아니었다. 이 옥벼루는 보아하니 그만한 지혜를 가진 집안에 있는 것이 마땅하겠다. 어서 가져가거라." 영의정은 마치 선심이라도 쓰는 척 말하며 옥벼루를 아들 쪽으로 툭 밀었습니다. 아들은 조용히 다가가 옥벼루를 두 손으로 공손히 받들었습니다. 그리고는 영의정을 향해 다시 한번 깊이 허리를 숙여 절을 올렸습니다. "대감의 넓으신 아량에 감사드리옵니다." 그 마지막 인사말은, 영의정에게는 더없는 조롱과도 같이 들렸습니다. 아들은 옥벼루를 품에 안고 유유히, 그리고 당당하게 영의정의 저택을 걸어 나왔습니다. 그가 사라진 뒤에도 대청 안에는 오랫동안 무거운 침묵만이 흘렀습니다. 영의정은 마치 10년은 늙어버린 사람처럼 자리에 주저앉아, 텅 빈 손만 멍하니 내려다볼 뿐이었습니다. 한편, 집으로 돌아온 아들을 가장 먼저 맞이한 것은 밤새 뜬눈으로 아들을 기다린 좌의정이었습니다. 아들의 품에 안긴 옥벼루를 본 순간, 좌의정은 모든 시름이 한순간에 씻겨 내려가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는 아들을 부둥켜안고 한참이나 등을 토닥였습니다. "오, 내 아들아! 장하다, 정말 장하다! 네가 우리 가문을 살렸구나. 네가 이 아비의 얼굴을 살렸어." 아들은 아버지의 품에 안겨 그제야 안도의 미소를 지었습니다. 이후, 좌의정 아들의 지혜로운 이야기는 순식간에 한양 바닥에 퍼져나갔습니다. 사람들은 모두 입을 모아 좌의정의 아들을 칭찬했고, 반대로 영의정은 백성들의 웃음거리가 되었습니다. 이 일이 있은 후, 영의정은 한동안 두문불출하며 기세가 크게 꺾였고, 다시는 이전처럼 함부로 권세를 휘두르며 남의 것을 탐하지 못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하여 좌의정의 집안은 소중한 가보를 지켜냈을 뿐만 아니라, 더 큰 명예를 얻게 되었습니다. 힘과 권력의 탐욕 앞에서도 굴하지 않았던 한 소년의 빛나는 지혜가 가문과 정의를 지켜낸, 통쾌한 이야기였습니다.

    유튜브 엔딩멘트

    한 소년의 지혜가 거대한 탐욕을 물리치는 모습, 재미있게 들으셨나요? 진정한 힘은 칼이나 권력이 아닌, 올바른 것을 지키려는 용기와 지혜에서 나온다는 교훈을 다시금 생각하게 됩니다.

    저희 야담 천사는 앞으로도 여러분의 밤을 즐겁게 해드릴 흥미진진한 옛이야기들을 가득 싣고 찾아오겠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더욱 오싹하고 기묘한 이야기, '매일 밤 찾아오는 검은 그림자' 편이 이어집니다. 구독과 좋아요를 눌러주시면 다음 이야기를 놓치지 않고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편안한 밤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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